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안경을 써왔다. 지금은 내 신체의 일부분이 되어 나의 삶에 크나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골치 덩어리이기도 했다. 그것은 내가 고등학교를 올라가면서 더욱 그러했다. 봄에는 황사로 인해 시야가 흐렸고, 여름에는 땀 때문에 안경이 주르륵 미끄러지기 일쑤였고, 겨울에는 차가운 공기가 있는 밖에서 따뜻한 공기가 있는 실내로 들어가면 김이 서려서 앞을 볼 수가 없었다.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눈이 나쁜 것을 한탄 했다. 어린 나이에 감수해야 할 불편은 너무 컸다. 아버지, 어머니는 눈이 좋은데 왜 나만 나쁜 걸까 하고, 고민 아닌 고민도 했다. 친가와 외가 쪽에서 안경을 끼는 분은 몇 명 계셨지만 다들 나만큼 심하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눈이 매우 민감해서 조금만 무리를 해도 눈 표면이 따갑고, 눈물이 고이며 뻑뻑하기도 하고,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글자가 두개로 보이기도 하고, 심할 경우에는 두통이 일어났다.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러던 중 두통이 빈번하게 일어나서 자주 가던 내과를 갔다. 의사선생님은 나에게 약을 처방해주면서 메모지에 무언가를 쓰시며 “선생님이 아는 안과인데 여기를 꼭 가봐라.”라고 하셨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네, 그럴게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가지 않았다. 몇 달 뒤에 아산병원에 있는 안과에 눈을 정기 검진하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이 많이 나빴던 나로서는 개인 병원 가기를 무척 꺼려했다. 2~3개월 뒤 다시 도져버린 두통 때문에 내과를 또 가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또 메모지에 ‘무슨 무슨 안과’라고 적어주시면서 가보라고 하셨다. 할 수 없이 토요일에 어머니와 함께 그곳을 가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난시가 더 악화 되었구나.”라고 말씀 하셨다. 청천 벽력같은 소리였다. 더 악화되다니..‘여기서 더 나빠질 대가 어디 있다고!!’ 내 마음은 거의 절망에 가까웠다. 검진을 끝내고 데스크에서 어머니가 간호사 언니에게 “OO내과에서 이 안과에 꼭 가보라고 소개 해주셨어요.”하시면서 메모지를 보여드리더니 간호사 언니는 “복도 끝에 있는 비젼 안경원에 가보세요.”하고 말하였다. 안과 선생님께서는 “난시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경은 바꾸지 않아도 될 거 같구나. 궂지 바꾸고 싶다면 써주겠다만, 고3때는 안경을 바꾸는 건 좋지 않아.”라고 말씀 하셨기에 나는 간호사 언니의 말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물론 어머니도 그러하셨다. 복도 끝에 있는 얼렌연구소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나는 그 광경을 잊을 수 없다. 그 광경은 엄청난 충격과 당황함을 나에게 선사했다. 몇 명의 사람들이 오른쪽 벽면에 놓인 책상 앞 의자에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람들 앞에 있는 책상에는 각각 별도의 어떤 물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물건은 난생 처음 보는 것들 이였다. 하드보드지 같은 두꺼운 종이에 숫자가 정사각형 형태로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나열이 되어 있었고, 다른 것은 다양한 크기의 도형이 있었다. 사람들은 안경을 쓰고 렌즈를 눈에 갖다 대면서 그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별세계였다. 내가 여지 것 많은곳을 가봤지만 이런 광경은 난생 처음이었다. 어머니도 크게 놀라셨다. 연구소에 있던 선생님은 “어떻게 오셨습니까?”라고 물으셨고, 어머니께서는 “무슨무슨 안과에서 이곳으로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했습니다.”라고 답하셨다. 선생님은 나를 의자에 앉히고 A4종이를 주시면서 “솔직하게 체크해야 한다.” 나는 종이에 열심히 체크를 했다. 그것은 책을 읽을 때 오는 눈에 불편함에 대한 조사였다. 하나하나 체크를 하면서 안 좋은 것만 다 들어맞자 당황스러움과 허탈한 웃음만이 나왔다. 선생님은 체크된 종이를 받고 놀라시더니 “정말 이거 다 사실이냐? 거짓말 하는거 아니지? 진짜냐?”라고 되물으시는 거였다.“네, 사실이에요.” 선생님이 반복해서 물어보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최악이었으니까.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만 했다. 조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검사를 했다. 하면 할수록 선생님은 내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알게 되셨고, 이렇게 지내고 버텨 온 것이 용하다고 했다. 이런 저런 검사가 끝난 후 나도 처음 여기를 들어 왔을 때 사람들이 하고 있던 에 뭐라고 할까..아무튼 그걸 나도 했다!! 생전 처음 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많이 어색하고 엉거주춤했다. 속으로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거야? 뭐하는 거지? 비젼이 좋아지기는 하는 건가?’라는 의심(?)을 했다. 솔직히 그건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알지도 못했던 것을 하는데 처음 보는 건데 쉽게 덜컥 믿지 못하고 경계하는 것이..뭐 그렇게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아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동안 한거였지만 그 효과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어두운 곳에서 안정감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며 밝은 곳을 기피했던 내 시야가 아주 밝아진 것이다. 주변이 환해지면서 눈의 피로도 한층 꺾였다. 너무 놀라서 말도 안 나올 뻔 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걸까?? 정말 믿기지 않았다. 선생님이 “어때, 밝아 보이니?”라고 물었을 때 나는 “네.”라고 대답했다. 진짜 그 대답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반신반의 하시면서 재차 나에게 정말이냐고 물으셨다. 하지만 정말이었다. 진짜 시야가 밝고 환해졌다. 머리도 맑아진 느낌이었다. 연구소에 있는 책도 읽어 봤는데 글씨가 아주 선명하게 보였고, 두개로 보이는 것도 없어졌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면 더 심하게 오던 두통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 한 검사에 불과 하지만 이런 효과를 가져 온 것에 대해 한없이 기뻤다. 별로 한 것도 없어 보이는데.. 지금은 한주에 세 번씩 다니고 있다. 부득이하게 몇 번 빼먹고 가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웠지만 비교적 꾸준히 다니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내과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고 뒤늦게 여기 온 것에 대해 많이 후회하고 있지만 늦게나마 와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지만(물론 그건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시력이 너무 안 좋았기에..) 열심히 한다면 나의 눈도 아주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눈은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모든 사물과 세상을 보게 해주며 마음을 넓게 생각을 깊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눈이 나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겠는가.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하고 또 감사드린다. 하루 빨리 이 치료를 통해서 눈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